군대에 있을 때는 틈만나면 추리소설을 읽었다.
특히 좋아한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라서 휴가를 나갈 때마다 붉은손가락,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악의 등의 책을 사서 부대로 복귀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외에도 십각관의 살인 등 관 시리즈와 애거서 크리스티의 일부 작품들도 무척 즐겁게 읽었다.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작으로 꼽히는 '오리엔트 특급살인'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같은 작품은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이었다.

그러다 얼마전부터 고전 추리소설을 읽고 싶단 마음이 동해서 읽게된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이 꼽은 10대 작품 중에서 가장 초기에 나온 작품이라니 작품 외적으로도 끌렸다.

그리고 시작되는 편안한 여정.
요즘에는 지나치게 불편하게 꼰 글이나 영화를 보는것마냥 생각 없이 글을 술술 읽게 만드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안락의자만큼 편하게 읽히면서도 적당히 뇌 속의 회색 세포를 굴려줘야해서 행복했다.

지금은 흔한 반전일지도 모르지만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다는 반전 또한 클리셰 초창기의 거친 면이나 어설픔이 없어서 놀랐다.

쇼파에 앉아 느긋하게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면?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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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우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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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이후로 처음 읽은, 장강명의 책이다.

80년대 90년대 생이 모이면 항상 말하곤하는
한국이 싫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
라는 한탄을 생각하면 제목을 참 잘 지었다.

20대의 '나'는 호주로 유학을 떠난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

말 그대로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나려고 호주로 갔다.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고 불만만 토로한 친구들과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잖니 라고 설득하는 어머니와
나와 함께 있어줘 라는 남자친구를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떠난 호주.

거기서 기다린 현실도 비록 장미빛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노력하며 원하던 시민권을 얻는 쟁취기였다.

얼마전에 읽은 [나의 토익만점수기]와 비교하자면 훨씬 현실적이고 덜 소설적이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우리네 삶을 보여주는것 같았고, 단지 그만큼 덜 희화화 된 모습으로 보여주는 현실이 재미를 덜하게 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깨닫고 그걸 위해 노력한 과정이며, 거기에 함께 동행하만한 동반자 후보를 만났으니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아래는 인상깊은 구절들.

--------------------------

사람은 가진게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


그래도 호주가 한국보다 낫다고 생각한 점이 있었지.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는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고,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

Posted by 하우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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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한국 소설코너 813.6에서 740번 영어 어학코너에나 있을 법한 제목을 발견하곤 책을 빼어 들었다.

[나의 토익만점 수기]

내가 대학을 입학했던 2007년에는 졸업할때 토익700 정도면 괜찮고 800이면 준수하다고 했었는데,

군대를 다녀오고 내가 졸업할 2012년이 되었을때는 800은 기본이고 900은 넘어야 칭찬 받던,

나중에는 850이 최저라인이라고 들었고
이제는 너무나 토익은 당연해서 토스와 다른 스펙을 준비해야한다는

바로 그 토익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국에서 토익 570점을 받고 호주로 워홀을 떠나서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하며 생활영어를 익히다가
마약 제배자의 인질이 되기로 마음먹은 '나'

바나나를 재배하고 스티브와 대화하고
요코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이웃농장 A와B의 대화스킬을 배우는 납득할만한 술술 읽히는 이야기는

우리 젋은 한국 청춘들이 요구받는 '무언가'를 생각하게끔 한다.

술술 읽힌다는 매력과 그 안에서 무겁지 않게 주제의식을 보여주고 독자의 머릿속이나 가슴 속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건드리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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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우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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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혈의 집에가서 피를 뽑았다.
피를 뽑고 팔꿈치 안쪽에 거즈를 붙이고 기다리는 시간.
휴식시간이라곤 하지만 강제하기에 전혀 즐겁지 않은 그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헌혈의 집에는 만화책을 비롯해서 여러 소일거리들이 있다.

그중에 진한 노란색에 굵은 글씨로 도장처럼 박혀있는 네 글자
청춘파산

얼른 꺼내서 펼쳐보고 서울을 종횡무진하는 봉고차에 올라타
사당공에서 신림동 청담동....여러 서울의 골목들을 돌아다니다 개포동까지 와서 내렸다.

사람이 머문 곳에는 기억이 머문다.
인연이라는 기억
공간이라는 기억
시간이라는 기억 등등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빚에 시달리는 30대 초반의 인주.
이 노란 봉고차에 올라타면 빚 때문에 서울 곳곳을 전전하며 생겨난 인주의 기억을 뒤쫓게 된다.

우리집도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다가 사채에 손을대서 집도 날리고 친척들과도 멀어지고
부모님도 이혼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최대한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자 노력했기에
내게는 사채업자에게 시달린 기억이 크지는 않지만
업자들이 우리집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고
아버지다 뒷텃밭을 넘어 뒷산으로 도망치던 기억은 생생하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지어진 빚때문에 항상 도망다니는 삶이란 어떤걸까?
그것도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가장 많은 인연이 생기고 사라지는 20대를 도망다니는 삶.
가족이라서 함께 짊어지는 굴레...
그리고 그 굴레 때문에 더이상 '가족'처럼 어울리기 힘들어지는 '타인'들.

도망다니고 그래서 버림받았기에 잔뜩 웅크린채 세상을 살아가는 인주.
그래도 이 책의 말미에 그런 인주의 가족이 되고자하는 타인이 있기에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시 난 소설은 한국소설이 좋다.

 



Posted by 하우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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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자국

독서 2015. 2. 9. 12:56 |






이영도의 글은 눈물을 마시는 새로 처음 접했다.
그 멋진 세계관에 흠뻑 빠져 피를 마시는 새까지 정말 즐겁게 읽었다.

그래서 초기작인 드래곤 라자를 보았을 때는 실망이 컸다.
아직 풋풋하다고 할까 정돈되지 않은 문체와 1인칭 시점이 낯설었다.

하지만 퓨처워커를 읽으면서 드래곤라자 시리즈의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기에
그림자자국까지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읽은 이영도의 책 중 가장 최신작인 이 책은
한번 읽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책으로 보인다.

이 책 표제지 뒷장에는 아래와 같은 일러두기가 있다.

이 중에 '본문에 사용된 가름 그림은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변화가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이해해야 그나마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아직 한 번 읽어서 스스로도 납득할만큼 내용이며 주제의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시간을 내서 다시 읽어볼 것.



Posted by 하우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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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워커 1-7

독서 2015. 2. 4. 18:17 |



이영도의 퓨처워커를 다 읽었다.
 
1인칭으로 진행되었던 드래곤라자에 비하면 3인칭 시점을 이용하고 무대를 세계관 전역으로 확장하면서
 커진 스케일과 문체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이야기의 마무리가 아쉽고 중도 탈락한 느낌의 캐릭터, 혹은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캐릭터가 있어서 아쉽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데산의 거인 등장과 퇴장, 신의 퇴거 등 몰입도 있게 빠져들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즐겁게 읽었다.

Posted by 하우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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