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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10 청춘파산 / 김의경 소설 2



헐혈의 집에가서 피를 뽑았다.
피를 뽑고 팔꿈치 안쪽에 거즈를 붙이고 기다리는 시간.
휴식시간이라곤 하지만 강제하기에 전혀 즐겁지 않은 그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헌혈의 집에는 만화책을 비롯해서 여러 소일거리들이 있다.

그중에 진한 노란색에 굵은 글씨로 도장처럼 박혀있는 네 글자
청춘파산

얼른 꺼내서 펼쳐보고 서울을 종횡무진하는 봉고차에 올라타
사당공에서 신림동 청담동....여러 서울의 골목들을 돌아다니다 개포동까지 와서 내렸다.

사람이 머문 곳에는 기억이 머문다.
인연이라는 기억
공간이라는 기억
시간이라는 기억 등등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빚에 시달리는 30대 초반의 인주.
이 노란 봉고차에 올라타면 빚 때문에 서울 곳곳을 전전하며 생겨난 인주의 기억을 뒤쫓게 된다.

우리집도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다가 사채에 손을대서 집도 날리고 친척들과도 멀어지고
부모님도 이혼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최대한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자 노력했기에
내게는 사채업자에게 시달린 기억이 크지는 않지만
업자들이 우리집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고
아버지다 뒷텃밭을 넘어 뒷산으로 도망치던 기억은 생생하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지어진 빚때문에 항상 도망다니는 삶이란 어떤걸까?
그것도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가장 많은 인연이 생기고 사라지는 20대를 도망다니는 삶.
가족이라서 함께 짊어지는 굴레...
그리고 그 굴레 때문에 더이상 '가족'처럼 어울리기 힘들어지는 '타인'들.

도망다니고 그래서 버림받았기에 잔뜩 웅크린채 세상을 살아가는 인주.
그래도 이 책의 말미에 그런 인주의 가족이 되고자하는 타인이 있기에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시 난 소설은 한국소설이 좋다.

 



Posted by 하우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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