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력이 강한 사람

일상 2018. 1. 13. 06:05 |

나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어릴적에는 시시콜콜 가정사를 말하는 사람도 없고 스스로가 그다지 주변과 비교하는 사람이 아니었는지 신경쓰지 않았지만 분명히 비교적 가난했습니다.

단칸방 월세로 시작한 부모님 아래서 연단위로 이사를 다니고 반지하 전세에서 우리 집을 가지기까지 12년. 그러다 아버지가 쓴 사채로 빚쟁이들이 돈을 받으러 집에 찾아오고 아버지는 뒷산으로 도망치고...
그래서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부모님은 서류상 이혼을 하셨고 실제로도 아버지가 한달에 한두번 찾아오시고 그러다가....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완전히 따로 살고 계시죠.

그리고 아버지는 나까마입니다. 현실에서 지인들 에게는 좋게 미술품 중개업이라고 말하지만 과거에 아버지가 스스로를 나까마라고 했습니다.

사전적으론 일본어로 동료...라는 의미라는데 아버지가 말하는 나까마는 달랐습니다.

박완서 소설어 사전

나까마
[비속어] '중간 소개업자'를 이르는 말.

¶ "요새는 지겟벌이보다 '나까마' 벌이가 더 쏠쏠하시단다. 시장만 예전처럼 번창하게 되면 아주 나까마로 나서실 모양이시더라. 그러니까 너무 안돼 말아라." 숙모가 되레 나를 위로하려 들었다. '나까마'는 무얼 파는 장산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딱 이겁니다. 중간 소개업자.
지금이야 트럭으로 물건을 싣고 다니는 아버지지만 과가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러니까 1997년까지 아버지는 차도 없이 대중교통으로 청계천을 돌아다니면서 작은 물품을 사고 어떤 물건을 구하는 사람을 찾고 그 물건을 가진 사람과 연결해주는.... 아마도 그런 일을 하셨습니다.
(여기에 아마도가 붙는 것은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상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요컨데 아버지는 수업이 일정하지 않은 분이셨고 어머니도 보험설계사, 공장 등을 다니셨지만 고정된 수입이 많지는 못하셨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사면 최소 5년에서 10년.
의복도 닳아서 못입게 될 때까지 입고 외식도 졸업식에 돈까스를 먹으러 가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고서야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게 평범한거란걸 알았죠.

이야기가 자꾸 옆길로 빠지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무튼 어릴적부터 소박함을 미덛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몸에 과소비가 붙질 않습니다.

중고등학교를 자닐 무렵에 제 화폐의 기준은 300원이었습니다. 만화책 1권의 대여료였죠. 내가 이 돈으로 이걸 사먹으면 만화책  1권을 보는 것보다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까?

대학생 시절은 시급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시급이 4700원인가 5700원인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밥값이며 술값을 계산할 때 항상 시급을 고려해서 소비했죠.

첫 직장을 다닐땐 더 했습니다.
직장은 돈을 모으는 곳이라고... 당시 기본급 140에 야근수당이 40~70정도 나왔는에 매달 저축을 100이상 했으니까요.
저축 100 저축성연금보험 15 어머니용돈15 보험이랑 핸드폰비 10 여기까지 140인데 남은 돈으로 월세 내고 밥 먹고 데이트 하고 필요한것도 사고...
하지만 딱히 돈이 부족하단 생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부자라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1년 6개월정도 일을 하니 저축이 2000만원 이상이었고     예금도 1천만원 정도 되었습니다. (예금은 대학교 2학년부터 넣었었죠)

하지만 그 뒤로 저는 소비적 인간이 되었습니다.
돈을 벌지 않으니 저축은 점점 줄어만 갔습니다.
아버지가 돈을 좀 쓰시기도 했고
일을 안하더라도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기도 하고
여자친구도 있고 차도 샀습니다.

작장을 그만두고 벌써 3년.... 그 사이에 10개월정도 일을 하긴 했지만 순수하게 일을 안하고 논 시간이 2년이 넘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줄어들 수록 안을 바라보게 됩니다. 내가 가진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돈이 다는 아니지만 돈이 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정말 없구나.

하지만 지금도 저는 옴짤달싹하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방과 도서관을 오가며 딱히 공부하지도 않고 특별히 미래를 생각하지도 않고.
최근에는 '나 주부 지망이야.'라고 여자친구에게 말하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여자친구는 아침9시에 출근해서 오후6시에서 9시 사이에 퇴근을 합니다.
점심은 집에 돌아와서 제가 차린 밥을 먹고
저녁도 대부분은 함께 먹습니다.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줄기차게 해 온 자취생활이 가져온 요리실력으로 나름대로 여친의 뒷바라지는 하고 있습니다.
청소를 제외한 빨래 설거지 요리 등 가사를 제가 다 하고 있으니까요. 여자친구가 퇴근하면 바로 훌러덩 옷을 편하게 갈아입고 차려진 밥을 먹고 누워서 뒹굴거릴 수 있게 해주는게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대한민국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남자의 상은 아니죠. 그리고 제 여자친구도 제가 돈을 벌기를 바라고 있구요.

돈....머니머나해도 돈이....필요한 인생입니다.


p.s. 아끼고 절약하는 것은 일찍 알았지만 꾸준히 돈을 벌어야한단 것은 늦게 일았다. 그리고 알았어도 실천에 옮기지 않으니 그저 병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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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우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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